좌해지도(左海地圖)
자료UCI: RIKS+CRMA+KSM-WV.0000.0000-20140409.TOYO_1075
기본정보
· 분류 고서-지리서 | 사회-지리 | 사부-지리류
· 판종 필사본
· 발행사항 [발행지불명] : [발행처불명], [정조연간(1776-1800)]
· 형태사항 8鋪 : 彩色揷圖 ; 37.8 X 30.1 cm
· 현소장처 일본 동양문고
· 청구기호 Ⅶ-2-235
안내정보
농포자(農圃子) 정상기(鄭尙驥)가 제작한 『동국지도(東國地圖)』를 바탕으로 해주 정씨 가문의 정철조(鄭喆祚, 1730-1781)・정후조(鄭厚祚, 1738-1793) 형제가 수정한 '해주(海州)신본' 계열의 도별지도첩의 사본이다.
상세정보
편저자사항
『좌해지도』는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정철조・정후조의 해주신본 『동국지도』를 19세기 초에 수정한 지도로 추정된다. 필사자는 알 수 없다. 좌해(左海)는 왼쪽 바다에 있는 나라 즉 조선을 지칭하는 별칭으로, ‘좌해지도’는 조선의 지도를 뜻한다. 이 지도의 원형은 정상기가 제작한 『동국지도』이다. 농포자정상기(1678~1752)는 18세기 중엽에 독특한 축척 표현 방식인 ‘백리척’을 적용해 당시까지의 어느 지도보다도 훌륭하고 정확한 『동국지도』를 만들었다. 정상기에서 시작된 지도 제작은 아들 정항령(鄭恒齡)(1710~1770), 손자 정원림(鄭元霖)(1731~1800), 종손 지우재(之又齋)정수영(鄭遂榮)(1743~1831) 등 4대에 걸쳐 하동정씨 가문에서 이어졌다. 정상기의 지도는 영조의 어명에 의해 관에서 모사하기도 하고, 여암신경준이 국가적 사업으로 『동국문헌비고』와 『여지도』를 만들 때도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정상기의 지도를 활용하거나 발전시킨 지도들이 19세기까지 계속 제작되었다. 대표적인 지도가 해주 정씨 가문인 정철조(鄭喆祚 1730~1781)・정후조(鄭厚祚 1738~1793) 형제가 만든 ‘해주신본(海州新本)’ 지도이다.
정철조・정후조는 영조 때 승지(承旨), 공조판서(工曹判書) 등을 역임한 정운유(鄭運維)(1704~1772)의 아들이다. 형인 정철조의 자는 성백(誠伯), 호는 석치(石痴)다. 그는 1774년(영조 50) 갑오증광문과(甲午增廣文科)에 병과 7등으로 급제해 정언(正言)을 지냈다. 그는 홍대용(洪大容)과 함께 김원행(金元行)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하였다. 연암(燕巖)박지원(朴趾源)과는 인척관계로, 연암 집단인 이덕무(李德懋), 박제가(朴齊家), 이서구(李書九), 유득공(柳得恭) 등과 교유하였다. 또한 사돈인 이용휴・이가환 부자, 정상기, 황윤석, 김이안(金履安) 등과 교유하였다. 그는 기계 제작에 뛰어난 솜씨를 지녀, 인중(引重, 기중기), 승고(升高, 도르래), 마전(磨轉), 맷돌, 취수(取水, 수차) 같은 기계들을 직접 만들어 시험하기도 하고, 서양과학서적을 연구하여 천문관측이나 역산에도 조예가 있었다. 그는 화가로서 그림에도 뛰어나 정조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벼루 조각에 당대 최고라는 평판을 받기도 했다. 지도 제작에도 조예가 있었으며, 천문지리에도 관심을 가져 해시계를 직접 만들어 시간을 측정하기도 했다. 그림 솜씨도 빼어났다.
정후조는 1777년(정조 1) 정유증광사마시(丁酉增廣司馬試)에 생원 2등 21위로 합격해 관직에 진출하였으며, 공조좌랑, 충청도덕산현감 등을 지냈다. 자는 덕승(德承)이다.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정후조가 저술한 『사예지(四裔志)』에 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卷六十 盎葉記 各省北極高度). 『사예지』에는 지면을 측량하는 방법을 설명되어 있어, 그가 천문, 역법, 지리에 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상기의 『동국지도』를 수정, 제작했다. 고산자 김정호는 그가 만든 첫 번째 전국지도인 『청구도』의 「청구도범례」에서 조선 후기 정조대의 지도 중 정철조․황엽․윤영의 지도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조대의 호남의 실학자인 이재황윤석(黃胤錫)은 자신이 만든 정상기형 동국지도의 사본인 『팔도지도(八道地圖)(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古4709-48)』 발문에는 다음과 같이 정후조의 지도가 훌륭하다고 기록해 김정호의 기록과 차이가 있다.
“최근에 해주정씨 좌랑 정후조는 판서 정운유(鄭運維)의 아들인데 그의 형 문관 정철조는 역법, 서학, 그리고 글씨와 그림에 뛰어났고 후조는 중국, 서역, 청해, 몽고, 성경지도 등을 더욱 힘써 궁구하였는데, 우리나라에 이르러서도 일이관지하여 하동본(河東本)에 의해 수정을 가해 마침내 그 이상의 뛰어난 지도를 만들어 냈다.”
형제가 모두 지도와 지리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를 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형인 정철조는 1781년에 사망했으므로, 황윤석이 지도를 모사하던 1790년에는 동생인 정후조가 지도를 제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좌해지도』에는 제작시기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지도에 표기된 지명을 통해 지도의 제작연대를 추정하면 다음과 같다. 「경상도」지도에는 1765년에 안음(安陰)과 산음(山陰)에서 개정된 지명인 안의(安義)와 산청(山淸)이 표기되어 있다. 「평안도」지도에는 1776년에 초산(楚山)으로 개칭된 이산(理山)이 초산으로, 1800년에 개칭된 함경도의 이성(利城)이 이원(利原)으로, 충청도의 이성(尼城)이 노성(魯城)으로 개명되는데, 이원과 노성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 1787년에 신설된 함경도의 장진부(長津府)가 표시되었고, 1793년에 화성(華城)유수부로 승격한 수원(水原)이 화성으로 표기되어 있다. 1822년 설치된 함경도의 후주부(厚州府)는 표시되지 않았다. 이로 보면 이 지도는 1800~1822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를 자세히 살펴 보면, 1800년에 개칭된 지명인 함경도의 장진과 이원, 충청도의 노성 등 1787년 이후 개칭된 지명이 다른 군현 표시와 달리 표시된 점이 보인다. 즉 원래의 군현명 위에 채색을 새로 하고 지명을 수정한 흔적이 분명하다. 1795년에 시흥(始興)으로 바뀐 금천(衿川)도 변경되기 전의 지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1796년에 양재역(良才驛)을 수원화성 북문인 장안문 북쪽으로 옮기고 영화역(迎華驛)으로 개칭했으나, 양재역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지도의 원본은 1767년~1787년에 제작되었고, 변화된 지명을 19세기 초에 수정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구성 및 내용
『좌해지도』는 강원도, 평안도, 황해도, 경상도, 충청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경기도 등 총 8폭으로 구성된 절첩식 도별 지도첩이다. 정상기형 『동국지도』 팔도분도의 원도 계열은 경기도와 충청도를 한면에 그리고, 함경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눈 구성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지도는 경기도와 충청도를 분리해 별도로 그려 9폭으로 구성되었는데, 전라도 지도가 결본이어서 8폭만 남은 상태이다.
정상기형 『동국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세로로 긴 막대 모양의 ‘백리척’이라는 축척을 지도에 적용해 그린 점이다. 이에 따라 지도가 정확해지고, 도별로 면적에 따라 지도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좌해지도』의 각 도별지도도 크기가 서로 다르다. 정상기의 팔도분도에서 보이는 ‘백리척’과 정상기의 ‘발문’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다.
『좌해지도』는 정상기의 팔도분도처럼 다양한 자연, 인문적 요소가 표현되어 있다. 자연적 요소인 산지와 하천의 유로가 매우 상세하다. 인문적 요소도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특히 교통로는 서울로부터 지방으로 뻗어 가는 대로는 물론 각 군현을 잇는 연결도로, 고개까지 자세히 그렸다. 역(驛), 산성(山城), 봉수(烽燧), 진보(鎭堡) 등 군사적인 내용도 상세하다.
각 도폭의 우측 혹은 중앙 상단에는 도명이 기록되고, 도명 아래에 경기도・충청도・경상도・황해도는 좌도와 우도, 평안도는 동도와 서도, 함경도는 남도와 북도, 강원도는 영동과 영서에 소속된 군현수가 기재되어 있다. 군현의 이름은 둥근 원 안에 기록되었는데, 원의 바탕색을 도별로 달리해 구별하였다. 강원도는 옥색, 평안도는 백색, 황해도는 옥색, 경상도는 분홍색, 충청도는 지황색, 함경도는 회색, 경기도는 호박색으로 채색했다. 정상기는 『동국지도』의 발문에서 “경기는 순황, 호서는 홍백, 호남은 순홍, 영남은 청홍, 영동은 순청, 해서는 순백, 관서는 백흑, 관북은 순흑, 산은 녹색, 하천은 청홍선으로는 수륙대로를 그렸으며, 황선으로는 좌우분계(左右分界)를 표시했고, 돈형(墩形)의 홍점으로는 봉수를 나타냈다. 흰 성가퀴는 산성을 표시한 것이며 영읍에 성이 있는 경우는 밖에 흰 선을 둘렀으며 역보(驛堡)는 원으로 그리되 청과 황으로 나누어 표시했다.”
각 도의 행정・군사중심지인 감영・수영・병영 등은 적색사각형으로, 군사 요충지에 설치한 군사시설인 진보(鎭堡)와 역(驛)는 작은 적색 원으로 표시하였다. 도로는 적색으로 나타냈는데, 평안도의 의주대로와 경상도의 영남대로 중 조령{문경새재}에서 대구까지 굵은 선으로 표시해 대로임을 강조하였다. 황녹색의 낮은 연봉으로 표시된 다른 산지와 달리 백두대간과 13정맥은 연청색의 높은 봉우리가 연속된 모습으로 두드러지게 표현하였다.
서지적 가치
『좌해지도』는 정상기의 『동국지도』의 수정본 중 가장 내용이 풍부하며, 조선 후기 지도발달사에 중요한 지도로 평가되는 ‘해주신본’ 계열에 속하는 사본이다. 오상학은 정상기의 『동국지도』를 원도 계열과 수정본 계열로 구분하고, 다시 수정본 계열을 첫째, 초기 수정본 계열, 둘째 정후조의 ‘해주신본’ 계열, 셋째, 신경준의 『여지도』 계열, 넷째, 초기 수정본의 변형 계열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후조의 ‘해주신본’ 계열의 지도로 성신여대 박물관 소장의 『동국팔로분지도(東國八路分地圖)』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의 『조선팔도지도(古4709-54)』 가 있다. 이 지도들은 초기 수정본처럼 정상기의 원도를 따르지 않고 구성체제나 윤곽이 수정, 개선되고, 내용은 이전의 초기 수정본보다 휠씬 풍부해졌다. 특히 군현 내 모든 면의 명칭과 군현 경계까지 표시되었는데 이는 초기 수정본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1784년(정조 8)에 제작된 『동국팔로분지도』에 수록된 ‘동국여지도범례’에는 정항령 집안의 지도를 저본으로 삼고 별도의 양지척(量地尺)을 만들어 여러 읍지로 교정하여 지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보고된 두 종의 ‘해주신본’ 지도는 각 군현의 면이름이 수록될 수 있을 정도로 원본보다 대형이다. 그런데 『좌해지도』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해주신본’ 계열의 축소본 지도라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정상기형 도별도 중에서도 『좌해지도』는 글씨와 그림, 지형의 정교함, 글씨와 그림의 수준, 채색 등의 기량이 매우 뛰어난 수작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내용적 가치
『좌해지도』의 강원도 지도에는 독도의 옛 이름인 “우산도(于山島)”가 울릉도의 남쪽에 그려진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정상기형 지도에는 우산도가 동쪽 혹은 동북쪽에 그려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지도는 독도가 울릉도 남쪽에 위치한 것으로 인식했던 경향을 보여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상기의 원도 계열 『동국지도』와 백두산 부근의 정계비(定界碑), 토문강(土門江)과 분계강(分界江)의 유로 표현도 원도 계열과 상이하다. 원도 계열 『동국지도』의 함경도 지도에는 백두산 동남쪽에 ‘정계비’ 또는 ‘입비(立碑)’처로부터 목책이 동북쪽을 향하고 목책이 끝나는 지점에서 토문강이 발원해 동북쪽을 향한다. 그러나 『좌해지도』는 목책 동쪽에 ‘분계강 하류’가 그려지고, 분계강 남쪽에서 토문강이 발원해 두만강으로 유입되는 형태로 그려져 있다. 또한 압록강의 유로가 삼수도호부 쪽으로 만입을 이루며 꺾어지는데, 이는 고산자김정호의 『대동여지도』등 이후의 지도제작자에 계승되었다.
『좌해지도』는 정상기의 원도 계열 『동국지도』 보다 지리적 내용이 상세하고 풍부한 점이 특징이다. 원도 계열 지도에는 군현명, 도로, 산맥 및 하천 등이 표시되어 있으나, ‘해주신본’에는 산의 영애(嶺隘), 강의 진량(津梁), 창고(倉庫), 면명(面名), 역참(驛站) 등의 위치를 추가함에 따라 자세한 지도가 되었다. 또한 각 군현간의 경계를 표시하였다. 그러나 본 지도는 축소본으로 도폭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해주신본’ 계열 지도의 특징인 군현의 경계, 면이름, 창고 등이 배제되었다. 그러나 산천, 도로, 국토의 윤곽과 같은 지리정보 등 중요한 지도학적 내용들이 매우 정확해지고 정교해졌으며, 체계화된 지도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양보경, 「대동여지도를 만들기까지」,『한국사시민강좌』 16, 일조각, 1995.
이기봉, 「정상기의 『동국지도』 수정본 계열의 제작 과정에 대한 연구」,『문화역사지리』 20(1),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2008.
오상학, 「정상기의 『동국지도』에 관한 연구 -제작과정과 사본들의 계보를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4.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선후기 대축척 조선분도 –정상기의 『동국지도』 수정본 계통-』, 2007.
집필자 : 양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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