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3.

訓民正音


(정인지의 서. 원문에선 따로 제목이 없음)[편집]
有天地自然之聲則必有天地自然之文所以古人因聲制字以通萬物之情以載三才之道而後世不能易也然四方風𡈽區別聲氣亦隨而異焉蓋外國之語有其聲而無其字假中國文字以通其用是猶枘鑿之鉏鋙也豈能達而無礙乎要皆各隨所處而安不可强之使同也吾東方禮樂文章侔擬華夏但方言俚語不與之同學書者患其旨趣之難曉治獄者病其曲折之難通昔新羅薛聡始作吏讀官府民間至今行之然皆假字而用或澁或窒非但鄙陋無稽而已至於言語之間則不能達其萬一焉癸亥冬

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略揭例義以示之名曰訓民正音象形而字倣古篆因聲而音叶七調三極之義二氣之妙莫不該括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簡而要精而通故智者不終朝而㑹愚者可浹旬而學以是解書可以知其義以是聽訟可以得其情字韻則清濁之能辨樂歌則律呂之克諧無所用而不備無所往而不達雖風聲鶴戾雞鳴狗吠皆可得而書矣

命詳加解釋以喩諸人於是臣與集賢殿應敎臣崔恒副校理臣朴彭年臣申叔舟修撰臣成三問敦寧府注簿臣姜希顔行集賢殿副修撰臣李塏臣李善老等謹作諸解及例以敍其梗槩庶使觀者不師而自悟若其淵源精義之妙則非臣等之所能彂揮也恭惟我

殿下天縱之聖制度施為超越百王正音之作無所祖述而成於自然豈以其至理之無所不在而非人為之私也夫東方有國不為不久而開物成務之

大智蓋有待於今日也欤正統十一年九月上澣資憲大夫禮曺判書集賢殿大提學知春秋館事 世子右賓客臣鄭麟趾拜手稽首謹書

訓民正音

천지(天地)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게 되니, 옛날 사람이 소리로 인하여 글자를 만들어 만물(萬物)의 정()을 통하여서, 삼재(三才)의 도리를 기재하여 뒷세상에서 변경할 수 없게 한 까닭이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風土)가 구별되매 성기(聲氣)도 또한 따라 다르게 된다. 대개 외국(外國)의 말은 그 소리는 있어도 그 글자는 없으므로,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그 일용(日用)에 통하게 하니, 이것이 둥근 장부가 네모진 구멍에 들어가 서로 어긋남과 같은데, 어찌 능히 통하여 막힘이 없겠는가? 요는 모두 각기 처지(處地)에 따라 편안하게 해야만 되고, 억지로 같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동방의 예악 문물(禮樂文物)이 중국에 견주되었으나 다만 방언(方言)과 이어(俚語)만이 같지 않으므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지취(旨趣)의 이해하기 어려움을 근심하고, 옥사(獄事)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曲折)의 통하기 어려움을 괴로워하였다. 옛날에 신라의 설총(薛聰)이 처음으로 이두(吏讀)를 만들어 관부(官府)와 민간에서 지금까지 이를 행하고 있지마는, 그러나 모두 글자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혹은 간삽(艱澁)하고 혹은 질색(窒塞)하여, 다만 비루하여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사이에서도 그 만분의 일도 통할 수가 없었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殿下)께서 정음(正音)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은 칠조(七調)에 합하여 삼극(三極)의 뜻과 이기(二氣)의 정묘함이 구비 포괄(包括)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轉換)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訟事)를 청단(聽斷)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字韻)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침내 상세히 해석을 가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라고 명하시니, 이에 신()이 집현전응교(集賢殿應敎) 최항(崔恒), 부교리(副校理) 박팽년(朴彭年)과 신숙주(申叔舟), 수찬(修撰) 성삼문(成三問), 돈녕부주부(敦寧府注簿) 강희안(姜希顔), 행집현전부수찬(行集賢殿副修撰) 이개(李塏이선로(李善老) 등과 더불어 삼가 모든 해석과 범례(凡例)를 지어 그 경개(梗槪)를 서술하여, 이를 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연원(淵源)의 정밀한 뜻의 오묘(奧妙)한 것은 신() 등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殿下)께서는 하늘에서 낳으신 성인(聖人)으로써 제도와 시설(施設)이 백대(百代)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正音)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한 사람의 사적인 업적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대체로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가 오래 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모든 일을 이루는 큰 지혜는 대개 오늘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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